이문회우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2022.06.06.) 본문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2022.06.06.)

Koesob 2022. 6. 6. 16:33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한다.

사피어-워프 가설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생각은 결국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언어의 틀 내에서 이뤄진다는 가설이다.

관련 실험으로, 현재, 과거, 미래 시제가 구분된 언어(영어, 한국어)의 화자와, 시제 구분이 없는 언어-중국어가 대표적이다-의 화자 비교했을 때, 중국어 화자는 현재의 행복만큼이나 미래의 행복에 가치를 둔다고 한다. 언어로 표현했을 때, 현재의 행복이나 미래의 행복이나 동일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긴다.”

미래의 고통은 현재와는 무관하다는 대표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 내가 내일로 일을 미루는 것은, 내가 한국어 화자이기 때문이다.

 

사실 저 가설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정말일까?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이번 학기 듣고 있는 심리학 강의의 교수님께서는 저 가설이 옳다고 줄기차게 말씀하신다.

 

그런데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니 재미난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시제가 없다. 그저 함수가 호출되는 순서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종종, 현재 짜고 있는 코드와 연결된, 나중에 호출될 코드들까지 한꺼번에 보일 때가 있다.

“이 코드에서 이렇게 짜면, 저 코드에서 난리가 나겠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표현에 부족함이 있지만, 여러 시점이 한 순간에 그려지는 경험은 개발자라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예외 처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코드를 짜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쩌면 내가 프로그래밍하는 동안에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스포일러지만, 컨택트에서 주인공이 외계인의 언어를 배운 순간 과거 - 현재 - 미래의 순간을 동시에 보게 된다. (외계인의 언어는 과거, 현재, 미래 구분이 없다.)

그렇다. 나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는 외계인의 언어와 비슷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