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회우

브레이킹 루틴 (2022.01.15.) 본문

브레이킹 루틴 (2022.01.15.)

Koesob 2022. 1. 17. 16:20

계기

천인우? 천인우씨? 뭐라고 호칭을 해야하지…

‘천인우’라는 사람은 군대에서 하트시그널 3을 보면서 알게 됐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을 소재로 사용한 프로그램 특성상, 사실 실존 인물이라기보다는 웹툰 캐릭터 같았다. 무슨 웹툰 미리보기 하고 온 사람처럼 누군가가 ‘얘는 누구랑 된대’ 스포하면, 뭐어어어어라고? 천인우가 누구랑 된다고? 하던게 익숙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군대는 그렇게 시커멓지 않다) 정말 순전히 편의상 천인우라고 하자… 사실 일방적으로 아는 상황인데 ‘천인우씨’ 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걸 보신다? 처..천인우씨.. 팬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유튜브에 ‘개발자 천인우의 인터뷰’ 영상이 추천됐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라 추억이기도 했고, 새삼 개발자라는게 반갑기도 했다.

대략 이번에 책을 출간하게 됨에 따라 홍보 차원에서 진행한 인터뷰 같았다.

그래서 궁금했다. 출간한 책의 상정한 독자의 상황 자체가 나와도 얼추 들어맞기도 했고, 이번에 NC 중간 발표가 끝나면서 이런 공부 그만하고 여유롭게 전공과 무관한 책을 읽는 일탈을 하고 싶었다.

더욱이 저자의 커리어를 고려해본다면, 대략 14,000원은 맥날에서 밥 사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닌가!

그 천인우씨? 상…스치콤 드실래요? 네? 아휴 그쵸 1955 라지 세트 정도는 제가 사야죠 하하.

그런 판단이 들자 바로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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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단 처음 받아봤을 때. 얇았다. 최근에 계속 전공 관련 책만 봐서 그런지. 더욱이 일탈 차원이었기 때문인지 얇고 글씨체가 큰 것은 좋았다.

 

다만, 다 읽고 난 느낌은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은 공부 비법을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저자 천인우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산 책인데,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맥날이었던 탓인지, 아니면 메뉴가 1955였던 탓인지,

저자의 개인적인 스토리보단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공부 비법 문장들이 더 많았다.

개인적인 일화에서 깨달은 바를 어떻게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서인지, 일반화하고 또 일반화해서 문장을 만든 것 같은데… 결국 책에는 개인적인 부분은 닳고 닳아 없어진 평범한 문장들만 담겼다. 하지만, 그건 굳이 ‘천인우’ 아녀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내용이란 말이지…

 

단적으로, 내가 책을 읽으면서 두 곳을 재밌다고 표시했는데, 두 곳 중 하나가

‘그날 처음 알았다, 도서관 앞에 그렇게 수십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가 있었는지’

이 문장이었다.

 

사실 저자가 처한, 좌절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논리적인 인과 관계가 없는 뜬금 없는 순간이지만, ‘와, 이건 진짜 천인우스럽다’ 밑줄 긋고 메모를 남길 정도로 좋았다. '이방인' 속 뫼르소 같았다.

도서관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천인우, 그런데 그 순간 눈 앞에 들어온 수십 그루의 나무들, 잠깐에 시간이 멈추고 그 나무들에 시선이 고정된 체 그 수를 세기 위해 일어서는 모습.

주인공이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위에서 웹툰 캐릭터로 느꼈다고 해서 과몰입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천인우라는 인물의 커리어는 영화 주인공급이자나.

다만 이 파트 이후부터 딱히 그런 부분은 없었다.

 

매 챕터가 ‘소개해보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던데, 독자에게 자기가 깨달은 바를 알려주겠다는 그 자기계발서 루틴은 접어두고, 차라리 지금까지 오면서 감명 깊게 남은 순간, 인생에 영향을 준 순간, 그 순간들을 차례차례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페이스북, 뱅크 샐러드 관련해서 내용이 너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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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를 해보았다

최근에는 계속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다가 이번에는 여러 상황이 맞물려 책을 사보았다.

내 책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가? 재밌던 부분은 밑줄을 긋고 싶더라고.

보통은 PDF로 받아서 그 위에 메모를 했었지, 실제 책 위에는 낙서를 안 하던 타입이라 이걸 해 말아 고민했었다. 그렇게 찾아보던 중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책을 사는 것 아니냐, 하는 글이 있었다. 또 누군가는 아예 자기가 읽은 페이지를 찢어버린다고 한다. 그래, 기왕 읽는 책 제목도 브레이킹 루틴이겠다, 실컷 메모도 하고 낙서도 해봐야겠다. 그렇게 하고나서 느끼는 바가 있겠지. 그래서 메모를 했다. 책과 큰 관련은 없지만 그때 그때 떠오르는 문장도 적고 페이지 한 귀퉁이를 접기도 했다. 뭐 한 번 갖고 어떤 효과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그때 그 순간에 내 생각이 적혀있는 책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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